남편은 R의 손을 덮쳐 쥐어 술병을 빼앗아 나에게 돌립니다. 나는 나는 듯 이 밖으로 튀어나왔습니다.
밤은 어지간히 깊어진 듯 나는 깊은 산림 속으로 들어서는 듯함을 내뺨에 찰싹 느꼈습니다.
나는 종종 걸음으로 중국인의 상점까지 와서 술을 사가지고 돌아왔을 때 R은 내 신발소리를 들었음인지 문을 박차고 내 달아와서 술병을 받으며, 나는 내 앞길에 걸리는 버드나무에 의지하여 나의 과거를 회상하는 반면에 나의 앞길을 뻔히 내다보았습니다.
머리 위에서 조잘거리는 새소리는 내 어린 학생들의 글읽는 소리 같두구먼요
강경애
일제강점기 여성 소설가이다.
대표작으로 파금, 어머니와 딸, 부자, 채전, 지하촌, 소금, 인간문제, 축구전, 유무, 모자, 원고료이백원, 해고, 산남, 어둠등 사회의식을 강조한 작품을 발표하였다.
어려운 살림살이와 병고, 그리고 중앙문단과 멀리 떨어져 있다는 불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인간문제」와 「지하촌」은 강경애를 특이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지목하게 한 문제작이다. 「인간문제」는 사회의 최하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비극적 삶을 그린 것으로서, 「지하촌」은 극한적인 빈궁 속에서 사람이 얼마만큼 비참해질 수 있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