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료 이백원 K야, 내가 요새 D신문에 장편 소설을 연재하여 원고료로 이백여 원을 받은 것은 너도 잘 알지. 그것이 내 일생을 통하여 처음으로 많이 가져보는 돈이구나.
나의 현재를 말하려니 말하기 싫은 과거까지 들추어 놓았다.
그런데 K야, 아까 말한 그 원고료가 오기 전에 나는 밤 오래도록 잠을 못 이루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할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남편의 양복이나 한 벌 해줘야지, 양복이 그 꼴이니. 나는 이렇게 깡그리 생각 해두었구나 그런데 어느 날 원고료가 내 손에 쥐어졌구나. K야, 남편과 나는 어쩔 줄을 모르게 기뻐했다.
그날 밤 나는 유난히 빛나는 등불을 바라보면서 "이 돈으로 뭘 하는 것이 좋우?"이 사회적 가치를 떠난 그야말로 교환 가치(交換價値)를 향상시킴에만 몰두한다면 너는 낙오자요 퇴폐자이다. 사람이란 인격상 취하는 방면도 이러한 두 방면이 있다는 것을 네게 알려 주고자 함이다.
1907-1943. 소설가. 강경애
극한적인 빈궁상의 사회적 모순을 사실적 기법으로 상세히 묘사해 1930년대 문학의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다.
저서(작품) 파금, 어머니와 딸, 부자, 채전, 지하촌, 소금, 인간문제, 축구전, 유무, 모자, 원고료이백원, 해고, 산남, 어둠
당시의 극한적인 빈궁상이라는 사회적 모순을, 작자 나름의 사실적 기법으로 묘사한 점에서 1930년대 문학의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